컴퓨터와 함께 자란 이야기
중학생 시절 처음 본 8비트 게임 화면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화면 속 작은 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고, 그때부터 컴퓨터는 제 어린 시절의 가장 큰 로망이자 동경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갖고 싶었던지, 오락실의 8비트 컴퓨터를 몰래 들고 나오는 말썽까지 부렸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들고 나온 컴퓨터는 먼지투성이였습니다. 그걸 본 큰형이 깨끗하게 고쳐 주겠다며 기판을 물로 박박 씻더니, 물기를 털어야 한다며 짤순이(탈수기)에 돌려 버렸습니다. 기판은 그대로 반 토막이 났고, 붙여 주겠다며 우는 저를 달래던 형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형을 잘못 만난 걸까요? ㅎㅎ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입니다. 그때는 수박 서리쯤으로 여겼던 것 같지만, 엄연한 절도이니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이 자리를 빌려 그 시절 오락실 사장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2년을 조른 끝에 드디어 삼성 16비트 컴퓨터를 품에 안았습니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셨고, 깡촌의 셋째 아들에게 그만한 투자를 해 주시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늘 감사합니다. 그 컴퓨터로 돼지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처음으로 7만 5천 원을 벌었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 쓰이고 값을 받는다는 경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이미 컴퓨터를 너무 잘 알았던 탓에, 수업보다는 친구들 과제를 대신 해 주고 기타를 치며 노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온 뒤에야 비로소 남은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IT 기술과 사업을 함께 공부하며 PC통신 BBS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한밤중에도 모뎀 접속음이 들리면 잠에서 깨어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설렘이 오늘의 ECSOFT까지 저를 이끌어 왔습니다.